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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언론보도

  • [경향신문] 인물 - 범죄악몽서 빛 찾아주고 싶어
  • 등록일  :  2005.12.23 조회수  :  1,450 첨부파일  : 
  • “범죄악몽서 빛 찾아주고 싶어” 상상해 보자. 당신의 집에서 범죄사건이 났다. 살인사건이라면 더 실감할 수가 있을 거다.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고 범인은 도주해버렸다. 집 안엔 아무도 없다. “강도야! 강도야!” 몇 번 소리지른 뒤 당신은 혼절한다. 한참 뒤 웅성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끔찍해!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누군가 물 한그릇을 건넨다. 당신을 데리고 병원으로 간다. 당신은 집에 돌아가기가 죽기보다 싫다. 누군가 당신을 쉼터로 안내한다. 그 사이 누군가 당신의 집에 남아있는 범죄의 악몽을 정리한다. 우리 사회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범죄사건. 누군가 겪게 될 악몽의 현장. 그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60여명이 24시간 무료봉사-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www.kcvc.net, 이하 지원센터)가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 부근 새움빌딩에서 창립식을 갖는다. “범죄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결국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한순간도 관심을 둔 적이 없어요.” 지원센터의 산파 역할을 해온 최혜선 사무처장(48·여). 그는 “우리나라엔 범죄 피해자의 피해 극복 과정에 대한 연구나 책이 하나도 없다”며 “이제라도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사무처장은 그런 의미에서 지원센터 창립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범죄 피해자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건 2003년 봄. 범죄 관련 법인체에서 같이 근무하던 남은영씨(33·지원센터 기획국장)가 뜻을 같이했다. ‘옥탑방이라도 좋다. 우선 시작하자.’ 두 사람은 허름한 사무실을 얻었다. 서울지방검찰청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 10월 전화기만 덜렁 들여놓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았고 12월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참고할 사례가 없어 일본 자료를 뒤적여가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상담원 3명, 자원봉사자 60명이 함께 뛰는 어엿한 범죄 피해자 도우미가 됐다. “피해자들은 사람 만나기를 꺼립니다. 범죄 피해의 악몽도 악몽이지만 주변의 비뚤어진 시선까지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은 전화 상담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원과 상담은 사건 직후에 이뤄져야 피해를 당한 가족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사건 현장이 수습된 뒤에 가보면 살아남은 가족들이 넋을 잃고 있어요. 중요한 건 돕는답시고 수선 피우면 안된다는 거예요. 그저 찬 물 한그릇 떠다주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최처장은 “어떤 피해자는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준 것과 밖에서 웅성대는 경찰과 구경꾼들이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커튼을 닫아준 일을 가장 고맙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재기돕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범죄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만큼 지원센터는 거의 24시간 가동된다.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원들이 모두 모여 ‘피해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를 한 뒤 단계별로 나눠 지원을 한다. 최처장의 희망은 전국에 피해자지원센터가 한 15곳쯤 생기는 것과 피해자들이 스스로 재기할 수 있도록 자조모임(Self-Help Group)을 많이 만드는 일이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최처장은 졸업 뒤 청소년 상담과 범죄 예방 관련 일을 했다. 여성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거짓말탐지기 교육을 받기도 했다. (02)585-4996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입력: 2005년 01월 19일 17:53:15 / 최종 편집: 2005년 01월 19일 19:49:42